비밀번호 30개, 이제 하나만 기억하면 됩니다 — 패스워드 매니저 시작하기

포스트잇에 비밀번호를 적어 모니터에 붙여두거나, 모든 사이트에 똑같은 비밀번호를 쓰고 계신가요. 저도 얼마 전까지 그랬습니다. 그러다 자주 쓰던 쇼핑몰 계정이 유출됐다는 메일을 받고 나서야, 같은 비밀번호를 쓰던 다른 사이트들 비밀번호를 전부 바꾸느라 반나절을 날렸습니다. 그날 이후로 패스워드 매니저를 쓰기 시작했는데, 진작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했습니다. 오늘은 실제로 어떻게 설정하고 쓰는지 순서대로 정리해봅니다.
왜 비밀번호를 통일하면 안 되는가
한 사이트에서 비밀번호가 유출되면, 같은 비밀번호를 쓰는 다른 모든 계정이 위험해집니다. 해커들은 유출된 아이디-비밀번호 조합을 다른 사이트에 그대로 대입해보는 '크리덴셜 스터핑'이라는 공격을 씁니다. 실제로 이메일, SNS, 쇼핑몰 계정이 한꺼번에 뚫리는 사고는 대부분 이 방식입니다. 그렇다고 사이트마다 다른 비밀번호를 다 외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 관리 도구가 필요한 겁니다.
어떤 걸 써야 할까
무료로 쓸 만한 건 비트워든(Bitwarden)입니다. 오픈소스이고 개인 사용 기준으로는 무료 플랜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크롬, 사파리 확장 프로그램과 스마트폰 앱이 모두 있어서 어느 기기에서든 자동으로 비밀번호를 채워줍니다. 애플 기기만 쓴다면 아이클라우드 키체인도 나쁘지 않지만, 안드로이드와 윈도우를 같이 쓴다면 비트워든처럼 크로스플랫폼 도구가 훨씬 낫습니다.
실제 설정 순서
먼저 비트워든 계정을 만들고, 여기서 쓸 마스터 비밀번호를 하나 정합니다. 이게 유일하게 기억해야 할 비밀번호이니, 길고 기억하기 쉬운 문장 형태로 만드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2019년여름부산여행맛있었다' 같은 식으로요. 그다음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로그인해두면, 이후부터 로그인할 때마다 저장 여부를 물어봅니다. 저장을 누르기만 하면 끝입니다.
기존 계정들은 한 번에 정리
기존에 쓰던 사이트들은 로그인할 때마다 하나씩 저장하면 되는데, 이 참에 겹치는 비밀번호를 쓰던 계정은 비트워든이 알아서 알려줍니다. 설정 메뉴의 '보안 검사' 기능을 켜면 중복 사용 중인 비밀번호, 유출 이력이 있는 비밀번호를 목록으로 보여줍니다. 저는 이 목록을 보고 일주일에 걸쳐 하나씩 새 비밀번호로 바꿨습니다. 한 번에 다 하려니 지쳐서, 하루 서너 개씩 나눠서 했더니 부담이 덜했습니다.
2단계 인증도 같이
비밀번호 매니저를 쓰는 김에 중요한 계정(이메일, 은행, 클라우드 저장소)에는 2단계 인증도 함께 켜두는 걸 추천합니다. 비트워든 자체에도 OTP 저장 기능이 있어서, 로그인할 때 비밀번호와 인증코드가 한 번에 자동으로 채워집니다. 별도 인증 앱을 오갈 필요가 없어서 번거로움이 훨씬 줄었습니다.
처음 설정하는 데 하루 정도 품이 들지만, 그다음부터는 비밀번호를 신경 쓸 일 자체가 사라집니다. 새 사이트에 가입할 때도 무작위로 생성된 안전한 비밀번호를 바로 쓸 수 있고, 어디서 로그인하든 자동으로 채워지니 오히려 예전보다 편해졌습니다. 아직 비밀번호를 재활용하고 계시다면, 이번 주말에 딱 한 시간만 투자해보시길 권합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