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가에서 싸준 전 봉지, 냉장고 열자마자 한숨부터 나오지 않나요. 자취방 냉장고는 좁은데 전, 나물, 고기, 송편까지 한꺼번에 들어오면 답이 없습니다. 오늘은 순서대로만 따라 하면 되는 보관법과 활용법을 정리했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종류별로 나누는 겁니다. 제사상에 오르는 고사리와 시금치, 도라지 등의 나물은 종류별로 따로 담아 냉장 보관해야 합니다. 냉동으로 보관하면 수분이 빠져나가 맛이 떨어집니다. 자취방 냉장실이 아무리 좁아도 나물만큼은 지퍼백 대신 밀폐용기에 나눠 담으세요.
나물 유통기한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시금치나 고사리, 도라지 등 나물류는 수분이 많아 상하기 쉽습니다. 간이 약한 나물은 냉장 보관 시 이틀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틀 안에 못 먹을 것 같으면 그때 냉동으로 넘기는 게 맞습니다.
냉동할 때도 그냥 넣으면 안 됩니다. 남은 나물은 물기를 꼭 짜낸 뒤 소분해 지퍼백에 담아 냉동하면 보관 기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혼자 살면 한 끼 분량인 종이컵 반 컵 정도씩 나눠 얼려두면 편리합니다. 나중에 국이나 볶음밥에 딱 맞게 꺼내 쓸 수 있습니다.
냉동 대신 냉장 기간을 늘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나물 속 수분을 줄이면 상하는 속도가 늦어집니다. 볶은 나물은 물기가 증발해 통 안에 고이는 물이 줄어들어 냉장고에서 더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받아온 날 팬에 1~2분만 다시 볶아두면 냉장 기간을 며칠 더 벌 수 있는 셈입니다.
전은 나물과 반대로 냉동이 정답입니다. 동그랑땡, 호박전, 동태전처럼 기름을 많이 쓴 전은 실온에 두면 쉽게 산패됩니다. 완전히 식힌 뒤 한 장씩 종이 호일이나 랩으로 싸서 냉동 보관하면 한 달 정도까지 두고 먹을 수 있습니다. 자취방 냉동실 한 칸에 전만 따로 모아두는 습관을 들이면 관리가 훨씬 쉬워집니다.
데울 때는 전자레인지 대신 다른 방법을 써야 바삭함이 살아납니다. 해동한 전은 에어프라이어에 180도로 5~7분 정도 데우면 됩니다. 에어프라이어가 없다면 약불 프라이팬에 뚜껑을 덮고 데우는 것도 괜찮은 대안입니다.
혼자 먹기 애매하게 남은 전은 그대로 데우지 말고 요리로 바꾸는 게 낫습니다. 명절에 부친 전은 식으면 기름기가 눈에 띄고 눅눅해져서 다시 먹기가 꺼려집니다. 전자레인지에 그대로 돌리면 더 질척해질 수 있으니 가늘게 채 썰어 볶음밥이나 김밥 속으로 활용해보세요. 식감이 훨씬 살아납니다. 자취생 기준으로는 밥 한 공기에 전 채 썬 것과 간장 조금만 넣고 볶아도 훌륭한 한 끼가 됩니다.
잡채가 남았다면 굳이 그대로 다시 먹지 마세요. 대파 반 개, 계란 1개, 굴소스 반 숟갈, 고추기름만 있으면 중화 잡채밥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계란 프라이를 만들고 대파를 볶다가 향이 올라오면 잡채와 물을 넣어 함께 볶아주면 완성입니다. 재료비는 집에 있는 파와 계란 정도라 추가 지출이 거의 없습니다.
고기가 남았다면 냉동 방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갈비나 불고기용 고기가 남았을 때 그대로 냉동하면 나중에 해동해도 밑간이 빠져 맛이 떨어집니다. 간장이나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밀폐용기에 담아 얼리면 해동 즉시 바로 구워 먹을 수 있습니다. 자취방 냉동실 공간이 부족하면 지퍼백에 최대한 얇게 펴서 얼리는 것이 꺼내 쓰기도 편합니다.
위생도 놓치면 안 되는 부분입니다. 명절 음식은 손으로 조리한 게 많아 미생물에 취약합니다. 노로바이러스는 열에 강해 60도 정도로 데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음식은 8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확실하게 익혀서 먹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취방에서 전자레인지로만 대충 데우지 말고, 국이나 찌개는 확실히 끓여서 먹는 게 안전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으로도 보관 원칙은 명확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리된 음식을 가급적 빠르게 식혀 냉장 보관하라고 권장합니다. 전처럼 기름진 음식은 냉장보다 냉동 보관이 좋습니다. 받아온 날 바로 이 기준대로만 나눠두면 명절 지나고 사흘 뒤에 냉장고 열었을 때 후회할 일이 줄어듭니다.
본가에서 싸준 정성을 냉장고 안에서 썩히지 않으려면 받은 그날 저녁이 골든타임 아닐까요.
자주 묻는 질문
Q. 나물을 냉동했다가 해동하면 왜 맛이 떨어지나요?
A. 나물 속 수분이 얼면서 조직을 밀어내 녹인 뒤에는 식감이 축 늘어지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면 이틀 안에 냉장으로 먹고, 그 이후 분량만 냉동하는 게 낫습니다.
Q. 전을 전자레인지에 데워도 되나요?
A. 가능은 하지만 눅눅해지기 쉬워 추천하지 않습니다. 에어프라이어 180도 5~7분이나 약불 프라이팬이 바삭함을 살리는 데 더 낫습니다.
Q. 잡채도 냉동 보관이 가능한가요?
A. 당면은 얼렸다 녹이면 흐물거려 냉동에 어울리지 않는 재료입니다. 잡채는 냉장으로 이틀 안에 먹거나 잡채밥처럼 바로 재조리해서 소진하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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